▲ 이천농기센터 유상규 소장

지금 우리농촌에는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후 104년만의 최대 가뭄이라는 시련에 몸살을 앓고 있고 정부에서는 가뭄극복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여 대책에 나선 상황이다.

이천시에는 금년 들어 4월까지는 예년과 비슷한 강수량을 보였지만 5월의 강수량은 24.5㎜로 평년(98.1㎜)보다 73.6㎜가 적었고, 6월 들어서도 평년 185㎜에 비하면 25일 현재 9.5㎜에 그칠 정도로 심각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농업인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이천은 지질학적으로 ‘물이 풍부한 고장’으로 요즘 같이 심한 가뭄 속에서도 풍부한 지하수를 활용함으로써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뭄피해를 덜 받는 지역에 속한다.

그러나 긴 가뭄으로 인하여 마늘, 감자, 옥수수 등 수확기를 앞둔 밭작물은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고 고구마, 콩 등의 작물들도 생육이 저조하며 관수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과수원에서도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응애, 진딧물과 나방류 등의 해충이 많이 발생하여 간접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벼농사에 있어서는 유효분얼이 끝나고 뿌리가 땅속깊이 뻗도록 논물을 말리는 시기로 예년 같으면 장마가 시작되어 논을 말리지 못해 고생을 하곤 했는데 역설적이지만 자연적으로 중간 물떼기가 이루어져 후기에 벼의 쓰러짐 방지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기상예보에 의하면 주말 혹은 7월중에나 장맛비가 내린다고 하니 지하수의 공급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뭄이 지속되면 기우제를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기우제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유래를 찾아볼 수 있는 농경문화의 유산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고 통치자인 왕에게 허물이 있어 하늘이 노한 것이라 여기고 왕이 친히 기우제를 주관하여 비가 내리기를 하늘에 고하였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비를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용이 잠자고 있는 동안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어 잠에서 깨어나 활동하도록 자극하는 방법으로 비가 내리도록 하였다는 풍속이 있으며 기우제를 지낼 때 피어오르는 연기와 먼지가 하늘에 올라가면 주위의 수분을 응축시켜 마침내 비가 내리게 된다는 과학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농경사회에서 가뭄은 식량의 부족이라는 결과를 낳았기에 누구를 막론하고 목숨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재앙인 만큼 지극한 정성으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기우제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공통점일 것이다.

가뭄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아 고통 받고 있는 농업인들은 물론이요 간접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예외 없이 그 영향을 받는 만큼 온 국민의 염원을 모아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천시에서는 이러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하여 농업인에게 한 번 댄 논물이 다 스며들면 다시 대주는 ‘간단관수’를 실천하여 지하수를 절감하고, 밭작물에서는 볏짚, 비닐 등으로 피복재배를 해 토양수분증발을 억제하며 정식이 늦어진 작물은 평소보다 20~30%정도 파종량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가뭄이 극심한 곳은 읍면동을 통해 소방서의 협조를 얻어 소방차를 이용한 비상관수를 실시하는 등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가뭄극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아울러 “가뭄 끝에 장마 진다”는 말이 있듯이 현재로서는 가뭄대책에 전력을 다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마철 호우에 대비하여 논둑과 제방, 하천 등을 튼튼히 정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아무쪼록 타는 목마름으로 단비를 기원하는 농심이 하늘을 움직여 해갈의 비가 내려 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