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긴 하네요. 매년 이즈음이면 시내 곳곳에 공사현장이 너무 많아요. 한낮에 교통체증은 말할 것도 없고 밤에도 안 막히는 도로가 막힌다 싶으면 어김없이 ‘공사중’ 표지판이 보입니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의 한 택시기사가 막히는 도로에 불만인 듯 공사현장을 보면서 한껏 불만을 토로했다.
이 택시기사는 “시내 곳곳에 도로공사가 많이 늘어났어요. 최근에는 멀쩡한 보도블록 등을 교체하는 공사도 많이 봤습니다”고 푸념했다.

이와 함께 지난 12월 초 증포동 이마트 앞 왕복 4차로에 2개 차선을 막고 공사가 진행됐으며, 평상시는 물론 출퇴근길 이용자 차량으로 인해 혼잡을 이뤘다.

또 최근 영화관이 들어오는 복개도로는 차선을 다시 옮기는 작업을 늦은 밤까지 진행돼, 차량이동에 불편을 줬다.
이밖에도 인근 도시에서 외곽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에도 도로공사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렇듯 연말만 되면 교통량이 많은 도로가 파헤쳐지는 모습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여전히 여기저기서 이어져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편·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천시는 한 관계자는 “낭비성 보도블록 교체 및 도로공사 등은 없다”며 “최근에 실시되는 잦은 공사는 낡은 상수도를 교체하거나 동파로 인한 보수공사 등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공사”라고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다수의 시민들은 “예산이 남아서 연말만 되려면 언 땅을 파헤쳐 공사하는 것”이라며 냉랭한 반응이다.

관고동에 A씨는 “정해진 공사고 보수라면 겨울이 오기전에 충분히 진행하고 마무리해야 했다”며 “굳이 영하의 날씨에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대부분 부실공사로 이어지는것을 알면서도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정부는 지자체가 예산을 아끼면 다음해에 그 만큼의 예산을 삭감·지급하고 있다. 지자체는 결국 연말만 되면 할당된 예산을 쓰기 급급하거나 만일에 대비해 쓰지 않았던 예산까지 몰아 쓰고 꺼내 쓰기 바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시민들이 지자체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반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선심성 씀씀이가 지자체의 인기정책으로 활용되면서 삐뚤어진 여론이 조성돼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일부 주민들은 “눈 먼 돈 아니냐. 안 쓰는 지자체가 바보다”는 말까지 할 정도의 비상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때며, 지자체들의 예산은 곧 시민들의 혈세인 만큼 헛되게 낭비되도록 하지 않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편 이런 문제점 해소를 위해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불요불급한 공사를 의식한 듯 12월~2월 까지 시내 도로굴착공사를 3개월 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차도뿐만 아니라 시내 보도블록 공사도 금지시켰으며, “땅이 얼어있는 겨울에 도로굴착공사를 할 경우 부실공사나 도로침하, 안전사고 등이 발생할 우려도 커 내려진 조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