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을 조건으로 한 엉터리 여론조사…인하 적정선도 현 의정비로 조사 
                              
시민단체 “지방재정 악화된 상황에서 의정비 인상은 무리”
전국 기초의회 평균 3547만원보다 316만원(8.9%) 더 많아

이천시 의정비심의위원회가 내년 이천시의회 의정비를 올해 3천640만원보다 6.1% 인상된 3천863만원(월정수당 2천543만원+의정활동비 1천320만원)과 이후 3년동안 공무원 급여 인상폭만큼 매년 올리기로 결정해 시민단체의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의정비 인상을 전재한 문구에도 불구하고 61.9%가 높다고 답했으나,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한 결정을 했으며, 여론조사 질문 문항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런 중심에서 의정비심의회를 아무도 관람할 수 없게 비공개로 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번 이천시의회의 의정비 인상 논의는 5월 국무회의에서 매년 열리던 지방의원의 의정비 심의를 4년 마다 한 번씩 열도록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천시의회 입장에서는 이번에 인상하지 않으면 앞으로 4년간 동결되기 때문에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천시의 따르면 지난 10월 20일 의정비심의위원회는 비공개로 1차 회의를 갖고 2015년 의정비 잠정액 및 2년~4년 차 공무원 보수 인상률 반영 기준을 회의했다.

회의에서는 월정수당 2,469만원과 의정활동비1,320만원을 합산한 금액 3,789만원으로 지난번보다 2010년도 보다 6.4% 많게 잠정 결정하고, 이후 2년~4년에는 공무원인상률 반영 매년 100%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엉터리 의정비 여론조사·회의>
이어 여론조사 문항을 정하는 2차 회의에서는 수차례 정회를 거쳐 1차 회의 잠정액인 3,789만원 아닌 경기도 평균인 3,879만원으로 상향 시키고 이천시민 500명에 대해 여론 조사키로 결정했다.

그리고 시민에게 문항은 “현재 이천시의회 의원은 5년간 동결된 연간 3640만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경기도 시군의원 연간 의정비 평균은 3,964만원입니다. 이천시 의정비심의위원회는 내년도 이천시의회 의원 의정비를 경기도 시군 평균보다 2.1% 낮은 3.879만원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그후 3년간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만큼 인상하는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금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문제점으로 현재보다 몇%를 올린다는 말은 삭제하고 경기도 보다 낮다는 것에만 강조해 질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1.9%가 높다고 답했으며, 적정하다 36.7%, 낮다는 1.4%로 응답했다.
참고로 지난해 여론조사의 경우 “내년도 이천시 지방의원 의정비를 금년 대비 5%인상된 3684만원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금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65.5%가 높다고  나왔으며, 질문 내용에도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올린다는 내용이 빠진 경기도 평균보다 낮은 의정비를 묻는 것하고는 차이가 있었다.

또 의정비가 높다면 인하 적정선을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 3121~3683만원으로 의정비 삭감까지 묻는 질문과는 달리 올해는 기존 의정비를 기준으로 인하 적정선을 3640~3878만원으로 단순하게 결정토록 질문 했다.

그리고 이천시민 96%는 가장 낮은 보기인 3640~3699만원을 답했으며 응답자들은 연간 평균 3,643만원의 의정비가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실시한 4차 회의에서 여론조사결과를 반영하도록 하는 것을 교묘하게 이용, 현재 3,640만원의 의정비는 상관없이 여론 조사 잠정금액 3879만원보다 낮고 심의위원회 잠정 결정액인 3789만원보다 3%를 더 올린 말도 안 되는 공식을 적용, 6.1% 인상된 3863만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공식대입에 대해 증포동에 A모씨는 “위원회 자체가 의정비를 올려주려고 하는데 여론조사가 무슨 소용 있으며, 공식이 뭐가 필요 하냐”며 “여론조사는 질문을 어떻게 아는냐에 따라 답변이 다르게 나올 수 있는 만큼 비공개로 진행된 밀실행정에 무슨 말을 하겠냐”며 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질타했다.

이로써 이천시의회 의정비는 전국 기초의회 평균 3547만원보다 316만원(8.9%) 더 많은 3,863만원으로 오는 15일 이천시의회는 ‘의회의원 의정활동비·월정수당 및 여비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지방재정·민생 파탄에 인상이라니”>
시민단체 등은 지방재정이 위기상황인데다 민생 또한 파탄 지경인데 의정비를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강하다.
행정자치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5년 56.2%에서 올해 44.8%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며 올해 이천의 경우 재정자립도는 44.4%이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는 “과도한 지역구 챙기기, 행정감사 때 자리를 비우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시민사회 눈총을 받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경기 침체로 서민 생활이 팍팍한 상황에 의정비를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증포동 시민 A모씨는 “당선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의정비 인상부터 요구하느냐”며 “설문조사도 주민 의견을 반영했다는 명목을 내세우기 위해 형식적으로 한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원들은 의정비를 월급 개념으로 보고 자꾸 공무원 보수 인상과 연결을 시키는데, 그러려면 완전 겸직 금지를 해야 한다”며 “의원들이 시민들이 인정할만한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해야하는 것도 중요한 전제”라고 지적했다.

<의정비 심의 기준 개선해야>
이천시의회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 강행에 대한 주민 비난이 고조되면서 현행 의정비 심의 기준에 허점이 많은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의원들의 의정비 심의 기준은 지방자치법과 해당 지자체의 조례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 관련법상 의정비 심의위원회 구성은 해당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이 학계·법조계·언론계·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각각 5명씩 10명을 선정, 자치단체장이 위촉하도록 돼 있다.

이는 의정비 수혜의 직접 대상자인 지방의회 의장에게 추천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직접적 이해 당사자의 직·간접적 영향력이 개입될 수 있는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 인상 기준을 명확히 구체화한 의정활동비와 달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은 월정수당도 문제다.
현행 관련법상 의정활동비 심의 기준은 ‘의정활동비 등의 지급기준을 의정비심의위가 해당 지자체의 재정능력 등을 고려해 결정한 금액 이내에서 조례로 정하되, 의정비심의위는 의정활동비와 여비에 관해서는 시행령에 따른 금액 범위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월정수당에 대해선 ‘지역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및 지방의회 의정활동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금액의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지역주민의 소득수준 상승률,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의정활동 실적 등의 구체적인 통계치를 적용해 심의해야 하나, ‘종합적으로 고려한 금액의 범위’라는 내용이 구체적인 통계치 적용을 배척할 수 있는 맹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