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학교·지역서 보호 못받는 빈곤아동…아동성폭력 노출

동네 아저씨에게 성추행 당한 뒤 살해된 경남 통영의 한모(10)양에게 가정은 배고픔조차 해결해주지 못하는 해체된 공간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허락 없이 남의 집 냉장고 문을 열었던 한양은 동네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로부터 이중삼중으로 소외된 빈곤 아동은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누가 이들의 보호자가 될 것인가.

이런 유사한 사건이 최근 이천에서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으며, 이런 사실은 인근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이천시 A동의 B모 어린이(8세·여)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아동기 내내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일부의 경우 청소년기와 성인기가 되어서도 증상이 남게 된다)를 갖고 있는 오빠인 C모 어린이(9세·남)는 가정적 사정으로 인해 조부·조모와 살고 있는 빈곤 가정이다.

이 아이들은 흔히 다니는 학원은 꿈도 못 꾸고 학교 방과 후 이천시에서 운영하는 어린이도서관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내고 있으나 늘 배고픔으로 먹을 것의 유혹에 약하다는 것이 이들을 지켜보던 어린이도서관 독서지도 강사의 말이다.

이 강사는 “두 아이들은 가정교육의 손길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 학교를 다니고는 있지만 한글을 아직 몰라 어린이도서관에 와서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한글을 배우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늘 배고파하고 공부보다는 먹을 것을 찾는게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동네의 술 취한 D노인이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며 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같은 동네 E주부가 이를 경찰서에 신고, 경찰관과 동행해 D노인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상황은 아이들은 아무런 낯 설음 없이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으며, D노인은 B모 어린이의 신체를 만지는 등 몹쓸 짓을 벌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거리끼지 않는 태도로 처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 또 이 사실을 아이들의 보호자인 조부에게 알렸지만 조부 역시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 충격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지켜본 E주부의 설명이다.

이런 사실들은 주변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빈곤아동에 대한 복지정책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학교와 가정에서의 성교육과 그 대비책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증포동에 사는 김모씨(43·여)는 “딸 가진 부모로서 무섭다. 요즘 자라는 아이들은 유치원 전부터 성교육을 통해 인지능력을 배우지만 빈곤층 아이들과 특히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성교육에 대한인지가 없어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며 “성범죄에 대한 예방도 중요하지만 발생 원인들을 분석해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문자 의원은 5일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최근 언론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듯이 아동과 부녀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가 심각한 상태며 이천시의 경우에도 성범죄 발생건수가 2010년 55건, 2011년 66건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성폭력, 성희롱 등의 문제는 올바른 성평등 가치관 확립과 성평등 사회 분위기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교육의 확대·강화와 성폭력에 대한 대처방법,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구호 방법 등 내용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연일 불거지는 각종 성폭력 사건들로 인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2일 만 3세 아동의 볼과 엉덩이를 만진 행위도 성추행에 해당된다는 엉덩이를 만진 노인을 처벌한 춘천지법의 판결은 성범죄 판결에 대한 법원의 잣대가 엄격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어린아이의 경우 성인처럼 명확한 성적 수치심을 표현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아이가 불쾌감만이라도 표현했다면 그 심리를 존중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번 판결에 의미를 뒀다. 이는 성추행의 범위도 세대 간의 확연한 차이를 보여 준다 하겠다.

민심이 불안 할수록 유언비어가 만연하기 마련인데, 이런 실정을 관계당국은 정확히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복지, 교육, 안전으로부터 소외되는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힘써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