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치열할 수 있을까?
1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Daum 챌린저스리그 2012' A조 21라운드 춘천 시민축구단(이하 춘천)과 이천 시민축구단(이하 이천)의 경기가 치열한 공방전 끝에 무득점으로 끝나며 0-0 무승부로 끝났다.

흔히 ‘0-0 스코어’는 재미없는 경기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이날 두 팀은 달랐다.
승점 1점 차로 나란히 A조 2, 3위와 통합 2, 3위를 달리는 팀들답게 한 치의 양보 없는 팽팽한 흐름이 경기 종료 직전까지 이어졌다.

▲ 백중세의 전반전
양 팀의 전반전은 '백중세' 그 자체였다. 홈팀 춘천은 주 포메이션 4-2-3-1이 아닌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근 이강민과 신정훈이 후방 미드필더, 윤철순이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던 것과는 다르게 이날은 윤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리고 이강민과 신정훈을 전진 배치했다.

이유는 춘천이 그 동안 상대했던 팀들이 춘천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천은 춘천과 함께 리그 최고 수준의 허리라인을 자랑하기 때문에, 이천의 미드필더진이 자유롭게 공격하는 것을 방해해줄 윤철순의 활동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편 원정팀 이천은 평소 자주 쓰던 변형된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공격 시에는 박천신과 빈태관 투톱으로 보이지만 허리에서부터 올라갈 때는 빈태관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루니에게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부여한 것과 같은 포메이션이다.

경기 초반 흐름은 이천이 좋았다. 좌우간격을 좁히고 김승철, 이종인 등이 초반부터 허리에서 강력한 압박을 가하며 춘천 미드필더진의 잦은 패스미스를 유도했다.

하지만 좋은 흐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전반 17분 춘천 윤철순의 날카로운 중거리슈팅을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고, 흘러나온 볼을 김우경이 쇄도했지만 골키퍼도 동시에 각을 좁힌 탓에 김우경의 슈팅은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다.

춘천은 이 골찬스를 시점으로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양 팀은 치고 받는 모습을 보였다.

선제골의 중요성이 워낙 큰 경기였기 때문에 수비와 미드필드에서는 조심스레 볼을 주고받았지만, 상대 골문 근처로 갈수록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하며 서로의 골문을 두드리던 두 팀이다.

▲ 공격 또 공격
전반전을 비교적 조심스럽게 마친 양 팀은 후반전에 들어서자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특히 이천이 드디어 춘천의 수비를 뚫는 데 성공하며 이날 경기의 첫 유효슈팅이자 최고의 골찬스를 만들어냈다.

후반 10분 김승철과 고성인이 주고받는 패스에 이은 쓰루패스로 춘천의 수비를 허물었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 된 이진용이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진용의 슈팅은 춘천 골키퍼 김정열의 발 끝에 막히고 말았다.

이에 질세라 바로 공격에 나선 춘천은 이겨레가 측면에서 수비 세 명을 뚫고 크로스를 날렸으나 춘천 공격수의 발끝에는 걸리지 못했고, 후반 17분 김우경의 대포알 중거리슈팅은 골대 옆그물을 때리고 말았다.

후반 중반이 지나자 이진용, 임성호, 양지훈 등의 공격자원을 줄줄이 투입한 이천의 공격이 한층 거세졌다. 후반 28분 측면 크로스에 이은 박천신의 헤딩슛은 골대를 살짝 빗나갔고, 후반 34분 양지훈이 수비를 돌파한 슈팅을 날렸으나 춘천 김정열이 또 한 번 선방으로 춘천의 골문을 틀어막았다.

춘천도 경기 막판까지 공격을 시도했지만, 결국 골문을 여는 데는 실패하며 0-0 무승부로 경기는 종료됐다.

미셸 플라티니의 “축구는 미스의 스포츠다. 모든 선수가 완벽하면 스코어는 영원히 0-0 이다”라는 명언이 현실이 됐을 정도의 양 팀 모두에게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은 경기. 0-0 무승부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춘천과 이천이다.

한편 전주EM을 3-1로 꺾고 승점 50점 고지를 밟은 포천 시민축구단이 춘천(승점 47점)과 이천(승점 46점)의 추격을 한 걸음 달아나는 결과를 만들었다. '삼천'의 통합 1위와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전쟁은 시즌 막판까지 계속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