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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이천오층석탑, 석탑은 병들고, 환수운동은 ‘시들’
양원섭 기자  |  wonsub1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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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3  18: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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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청사 앞 광장에는 일본이 강탈해 간 ‘이천오층석탑’의 사진을 담은 액자와 함께 석탑이 돌아올 자리를 표석만이 쓸쓸히 지키고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1918년 일본인 사업가에 의해 강제로 일본으로 반출된 지 100여 년이 지났고 2008년 이천오층석탑 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가 결성되어 공식적으로 환수운동을 벌여 온 지도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또 이 표석은 이천오층석탑의 귀향을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이천시와 이천오층석탑 되찾기 범시민운동추진위원회(현재 환수위원회)에 의해 세워졌다. 이천오층석탑은 백성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며 혼을 불어넣어 만든 국보급 가치를 가진 우리의 소중한 석조문화재다.
그러나 지난 19일 중앙언론인 KBS에 따르면 “5년 전에 공사 때문에 해체됐던 석탑이 최근 복원됐는데 원형은 일본풍으로 훼손됐고, 석탑 곳곳에는 시멘트까지 발라 놨다”고 전했다.

일본 오쿠라 문화재단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지난 2015년 4월 오쿠라 박물관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정원의 이천오층석탑을 해체해 창고에 보관했다가 올 초에 다시 세웠으나 엉터리 복원에 불과했다. 과거에는 없던 석탑 상륜부가 얹어졌는데 이는 같은 시대 석탑에는 없는 양식이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연화(연꽃) 형으로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 석탑 형태로 상륜부를 장식한 것은 원형에서 많이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쿠라 측은 “반출 당시에 일본인 작가가 석탑의 완결성을 위해 임의로 제작한 것”이라며 “지하 수장고에 보관하던 상륜부를 다시 달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또 있다. 석탑 몸돌을 비롯해 옥개석 곳곳의 이음새를 시멘트로 발라 놨다. 시멘트는 석탑 표면이 하얗게 변해 부서지는 백화 현상과 풍화작용을 촉진해 앞으로의 많은 훼손을 예고 한 것이다.
이천오층석탑은 이천 시민들이 10년 넘게 환수에 공을 들였던 석탑이다.

이에 이상구 이천오층석탑 환수위 상임위원장 “오죽하면 ‘우리가 복원을 해 주겠다’고 제의를 했는데 거기(오쿠라)서는 일언지하에 ‘안 된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천시민의 오층석탑 반환 운동이 10여 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의 호응과 정부 차원의 관심도 조금은 줄어든 상황이다.

이천오층석탑이 대한해협을 건너 강제로 고향을 떠난 지도 어느덧 100년이 넘었다. 민족정기를 되살리고 문화와 역사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한 오층석탑 반환운동은 우리의 당연한 책무이자 권리 행사이므로 시민적 관심과 성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정부와 국회, 경기도와 이천시의 전 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환수위 관계자는 “환수운동은 처음부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시작한 시민운동이 아니라 활동전략이나 홍보, 예산확보는 물론 법률적 해석이나 언어 문제 등 시민운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일반 자원봉사의 손길도 중요하지만 문화재 전문가, 국제법 전문가를 비롯한 전문 인력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환수운동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생겨나면서 예산지원 변동이 심해 안정적인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고 정책과 제도, 국제법률, 사업예산 확보 방안과 자료수집 방법 등 환수운동을 진행함에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환수위는 환수운동이 전무한 해단 수준이며, 이천 시민들의 성금으로 만든 ‘모형 석탑’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이천오층석탑은 고려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균형미가 뛰어난 국보급 방형석탑으로 최고의 불교미술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단아한 미를 갖추고 있다.

고려시대 석탑은 남한 각지에 많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 3층 규모인데 이천오층석탑은 5층의 다층탑인 동시에 상륜부 없이 높이 6.48m, 폭 2.10m의 대형석탑으로 고려시대 일반형 석탑연구에 필요한 귀중한 자료이다.

오층석탑 관련 연구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이천향교 인근에 있던 오층석탑은 1915년 일본이 한일병합 5주년을 기념해 정치업적을 자랑하고 총독부의 권위를 과시하며 왕권의 상징인 경복궁을 훼손하고 가치를 떨어트리기 위한 목적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던 경복궁에 마련한 일종의 박람회인 조선물산공진회장을 꾸미기 위해 옮겨졌다. 행사 이후 오층석탑은 ‘조선의 고미술을 연구시키는 데 적당하다고 인정’된다는 사유로 1918년 인천항에서 배에 실려 현해탄을 건넜다.

오층석탑 약탈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 오쿠라 기하치로는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 이전부터 조선에 들어와 대규모 토목, 건축 사업을 주도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남겼고 수많은 문화재 수탈까지 자행했다.

그는 당시 조선총독부 신축공사와 경복궁 철거에 앞장섰던 인물로 왕세자가 거처하며 왕이 되기 위해 공부하던 ‘자선당(資善堂)’을 뜯어내 자신의 집으로 옮겨 ‘조선관’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약탈해간 문화재 등을 전시하며 오쿠라 슈코칸(大倉集古館)이라는 일본 최초의 사설 박물관(개관 당시 미술품 3692점, 서적 1만 5600여 권 소장)을 설립 운영했다.

이천오층석탑은 1996년 일본의 교민을 위한 한글잡지인 ‘월간아리랑’에 ‘슈코칸 정원을 장식한 30여 점의 유물들 가운데 11점이 한국문화재’라는 기사에 처음 등장하여 2003년 이천문화원이 발행하는 ‘설봉문화’에 ‘일제의 문화재 수탈과 이천지역’라는 글로 이천오층석탑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소개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2005년 도쿄에 거주하던 재일교포 김창진 씨가 오쿠라 슈코칸을 찾아가 오층석탑의 존재를 확인하고 석탑환수운동을 제의하면서 2008년 8월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 위원회를 결성하고 오층석탑 환수 운동이 시작됐고 이천 3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환수위원회는 2010년 석탑환수를 염원하는 시민 10만 9017명의 서명을 받으면서 본격화됐다.

이어 ‘이천오층석탑 환수와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불교조계종 총무원과 공동으로 개최했고 오쿠라 재단으로부터 “이천오층석탑은 현재 개인소유가 아닌 문화재단의 소유”라며 “일본의 지정 문화재로서 국가의 문화재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기도 하는 만큼 국가 간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정부가 반환을 허용할 경우 한국에 돌려줄 수 있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이후 환수위는 탑돌이 문화제, 사생대회, 사진전, 순회교육, 문화탐방 등 다양한 문화 활동과 교육 사업을 통해 활동하고, 매년 일본을 방문하면서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다만 2014년 재단 측이 ‘영구임대 방식’의 반환 협상을 제안하면서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당시 오쿠라 재단 측에서 오층석탑과 비슷한 가치의 작품과 맞바꿀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최근 반환에 긍정적인 입장을 낸 오쿠라 재단의 이사장이 교체되면서 “석탑이 재단 소유이기 때문에 이사진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사들의 반대가 심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일본의 박물관협회가 반환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재단의 이사들도 협상하지 말라고 여러 번 담당자들에게 주문을 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천오층석탑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6만여 점이 넘는 한국에서 불법적으로 반출해 간 문화재 전체에 대한 문제로 번질 것을 우려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오쿠라 재단 소유인 호텔 뒤뜰에서 망향의 꿈을 달래던 이천오층석탑은 오쿠라 호텔이 2015년 4월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이유로 해체돼 자체 수장고에 보관하다 올해 초 다시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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